예고 없는 죽음을 목전에 두기로는 기실 누구나 마찬가지일 텐데. 의학적 선고 여부가 본질적인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닐 텐데. 잠깐 잊고 있던 그 죽음, 죽음 앞에서의 자존(자기의 품위를 스스로 지킨다는 뜻으로서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삶은 향연이다. 너는 초대받은 손님이다. 귀한 손님답게 우아하게 살아가라." 귓가에 지그시 맴도는 말.
환상을 품지 않는다(세계에 대해서든 자기 자신에 대해서든). 실패 속에서도 개선에의 노력을 지속한다. 시오노 나나미가 우수하게 평가하는 로마인의 두 가지 자질.
이태석 신부님이 유일하게 남긴 저서. 기독교도의 세계관에 대한 완전한 이해는 아무래도 나로서는 영원히 불가능할 것 같지만 그럼에도 우리 곁에 한때 살아계셨던 성인의 삶과 생각의 자취를 활자로나마 좇는 일은 그 자체로 뭉클하고 숙연한 경험이다.
뒤늦게 이 다큐를 봐버렸다. 봐버렸다는 표현이 맞겠다. 무슨 말을 할 것인가. 부끄러움의 눈물만 훔칠 뿐이다. 봤으니 어떻게 할 것인가. 무거운 숙제가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