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 이야기 2 - 한니발 전쟁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2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199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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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 서문에서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인 이야기>를 통해 “어떠한 사상도, 어떠한 윤리 도덕도 심판하지 않고, 인생무상을 숙명으로 짊어진 인간의 행적을 추적해 가고 싶다”고 포부를 밝히고 있다. 계몽주의 시대의 아들 몸젠이 시대적 도덕 관념에 갇혀 공화정 시대의 로마를 호의적으로 보고 제정 시대를 구시대적으로 치부한 결과 <로마사>를 딱 카이사르의 죽음까지만 쓰고 절필해버릴 수밖에 없었다면서.

 

하지만 관점을 배제한 역사 서술이 가능할까. 어떠한 사상으로부터도 자유로운 역사 서술이 과연 가능한가. 시오노 나나미는 몸젠을 비판했지만 정작 그녀의 로마인 이야기에서는 제국주의의 냄새가 난다. 고대에는 단지 승전국과 패전국이 있었을 뿐 전쟁에서 졌다고 해서 범죄국가라는 개념으로 낙인찍히지는 않았다고 말하는 시오노 나나미의 발언은 그녀가 전범국가 출신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위험해 보이기도 한다. 대일본제국에 대한 향수를 로마인 이야기로 달래려는가.

 

시오노 나나미는 망설이고 회의하고 성찰하는 관념론자가 아니라 진취적으로 행동하는 현실주의자 쪽이다. 절대주의자이기보다 상대주의자. 대의보다 실리. 사색가보다 전략가. 종교나 윤리 도덕보다 마키아벨리에게서 애정을 느끼는, 영웅을 찬미하는, 정복과 성취와 확장형 인간. (물론 바로 이런 면이 장쾌한 필력과 더불어 그녀의 매력이기도 하지만) 로마인 이야기는 이 점을 감안하고서 읽어나가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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