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고 레슨 - 느끼고, 사랑하고, 충추라!
화이 지음 / 오푸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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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어떤 사건이 계기가 되어서 헝얏이 한 땅게라와 연속 세 딴따 이상은 추지 않기로 화이쌤과 약조를 했다는 대목이다. 아마도 이런 게 춤판에서 만나 사귀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애로사항이 아닐까. 상대가 나 말고 다른 파트너를 만나 추는 춤이 행여나 격렬하지는 않을까 그들만의 세라도 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전전긍긍하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다. 상대방을 배타적으로 독점하려면 애당초 이 문란한 바닥을 떠나야겠지. 하지만 우리는 이 바닥에서 최초의 스텝을 밟았고 여기서 제2의 삶을 시작했다. 이 바닥이야말로 우리의 새로운 정체성을 성립케 하는 전제 조건이자 우리 인연의 전제 조건인 것이다. 여기를 떠날 수 없다면 탱고를 사랑하는 딱 그만큼 상대에 대한 독점욕 역시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할 밖에.

춤판에서의 연애를 만류하는 이들은 춤판에서의 연애가 우리를 새로운 시험에 들게 한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즐겨라. 마음껏 즐겨라. 하지만 한 사람에게 진심어린 순정을 다 바치거나 목숨을 걸지는 말아라. 폴리아모리즘 사회에서 그리 하면 끔찍한 고통이 예비되어 있을 뿐이니. 뭐 그런 심리이겠지. 하지만 춤판에서 만나 연애를 한다는 건, 관점을 달리 하면 신선한 도전일 것이다. 그것은 독점하지 않는 사랑의 실험이다. 과연 사랑하되 독점하지 않을 수 있을까. 소유하지도 소유당하지도 않으면서, 독점하지도 독점을 당하지도 않으면서 서로를 깊이 사랑할 수 있을까. 오랫동안 사랑을 독점욕과 혼동해온 일부일처제 사회의 관성을 거슬러서 만약 그리 할 수 있다면 그것은 정말로 드물고 고귀한 도약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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