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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하고 싶지만 고립되긴 싫어 - 1인가구를 위한 마을사용설명서
홍현진.강민수 지음 / 오마이북 / 2016년 3월
평점 :
1인 가구를 위한 마을 사용 설명서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은 독립은 원하지만 고립은 피하고픈 독신자를 위해 현재 한국 사회에서 진행 중인 여러 형태의 연대 실험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나 역시 독립은 유지하되 고립은 면하고픈 1인 가구 세대로서 흥미롭게 읽었지만 이 책의 정치적 좌표가 다소 편향되어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책에 등장하는 여러 실험적인 시도들이 당장 나의 현실에 응용해 보기는 다소 저어되는, 나로서는 너무도 이상적인, 먼곳의 삶의 방식들 같다. 자본주의체제에 전적으로 복종하여 살아가는 혹은 자본주의체제의 선봉을 이끌며 살아가는 1인 가구의 사례도 좀 공평하게 실어줬으면 어땠을까. 그런 사례는 코스모폴리탄을 펼쳐보면 되려나. 그렇다면 코스모폴리탄이 편파적인 만큼, 딱 그만큼 이 책도 편파적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이 책 말미에 1인 가구 사회학자 노명우 교수 인터뷰가 실려있는데 아래 대목은 곱씹어 볼만 하다. 시원하게 현실 직시하도록 해준다.
"가족의 기능 중 하나는 구성원 사이에서 비시장적인 서비스 교환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 그런데 1인가구에서는 비시장적인 서비스 교환이 불가능하다. 대신 1인가구는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생활비 증가로 이어진다. 또 가족의 경우에는 구성원들끼리 경제적 부조를 할 수 있다. 가족 구성원 중 하나가 일자리를 잃으면 다른 구성원의 수입으로 생활비를 보완할 수 있다. 하지만 1인가구는 한 명이 경제적 능력을 상실하면 가구 전체의 경제력이 사라지는 것이다. 굉장히 위험하다. 1인가구에는 완충작용이나 보호막 같은 것이 없다. (...) 1인가구 스스로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혼자서는 할 수 없는 게 무엇인지 알기 시작했다. 이걸 좀 확장시켜서 자신의 대차대조표를 만들어볼 필요가 있다. 희생정신에 기반을 둔 연대는 곤란하다. 자신의 수준에 맞게, 자기 필요에 따른 연대를 찾아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1인가구들의 연대는 자기희생이 아니라 물질적 필요에 의한 결합이어야 한다." -p.2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