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에서는 망자를 떠나보내는 일이 그저 엄숙하고 비장한 행사만은 아니었다. '다시래기'라고 하는 마당극과 같은 희극 공연이 엄연히 장례 예식의 일부를 구성하기도 했으니. 관을 앞에 두고 다시래기를 구경하면서 유족들은 울다가도 끝내 웃을 수밖에 없었겠다. 천둥이 몰아치는 날씨, 성경책, 십자가, 검은 우산 따위가 클리셰로 떠오르는 기독교식 장례 문화에 익숙해져 있다가 죽음조차 하나의 축제와 놀이의 장으로 승화시킨 진도 상장례를 보고 나니 신선하고도 뭉클했다. 가족과 이웃의 죽음은 분명 슬프고 충격적인 사건이다. 그러나 진도 상장례는 죽음이라는 비극조차 생에 대한 긍정으로 치환한다. 구성진 노랫가락으로 떠난 자의 저승길을 축원하고 눈물로 얼룩진 남은 자의 삶을 다정한 해학으로 보듬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살아야 하는 것이다, 저미는 가슴으로, 하지만 또한 명랑하게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실제 장례식도 아닌데 이 즐거운 애도의 예술 앞에서 눈물이 다 났다. 좋았다.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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