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년 전 신림동에서 스윙댄스 배우기 시작한 이래로 이 플로어 위에서 웃기도 많이 웃었지만 울기도 많이 했다. 남자 때문에 울고, 따가운 입방아에 올라서 울고, 어떤 날은 아무도 나랑 안 춰줘서 울고, 남이 추는 춤 구경하다가 황홀해서 울고. 돌이켜보면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온갖 감정들을 이 플로어 위에서 두루 겪어본 것 같다. 설렘, 도취, 환희, 흠모, 질투, 고독, 원망, 분노, 고마움, 그리움, 두려움, 연민, 허무, 권태, 모욕감, 배신감, 좌절감 등등. 이 위에서 만나서 사랑도 하고 이별도 했었다. 그러니 여기를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책의 세계가 차갑고 도저한 심해와 같다면, 춤판은 해수의 표면처럼 눈부시고 그 변전은 무쌍하다. 한 번 미워진 사람은 절대로 좋아지지 않고 가벼운 충격에도 오래도록 깊이 슬퍼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 춤판은 정말이지 정신이 혼미해지는 곳이었다. 그래도 여기가 참 좋았던 것은, 심해와는 다르게, 살아 움직이는 생의 현란한 순간들을 온몸의 감각으로 강렬하게 체험할 수 있었단 거. 아름다운 곳이다 이곳은. 활자로 옮길 수도 없이 아름다운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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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25 02: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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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26 19: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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