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각을 압도하는 종이 냄새. 아름다운 규칙에 따라 광활하게 진열된 다양한 장르의 책들. 좀비처럼 살다가도 서점에 가면 내 눈은 별안간 용맹한 육식동물의 눈이 된다. 이 모든 걸 다 안아보고 싶고 펼쳐보고 싶은 욕심. 연인의 귓불을 매만지듯 한 장 한 장 귀퉁이를 쓸어넘기며 활자로 압축된 온갖 방면의 세계를 탐사해보고픈 호기심. 밀롱가에 가도 그렇다. 저마다 고유의 춤 스타일과 몸선과 에너지를 가진 땅게로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서점에 갔을 때랑 똑같이 내 눈은 육식동물의 그것이 된다. 심장이 뛴다 춤추고 싶어서. 저마다 고유의 온도와 색깔과 파장을 지닌 이 눈부시게 다채로운 영혼들을, 뛰는 심장으로 샅샅이 느껴보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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