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여자에게 있어서 탱고를 배운다는 것은 춤의 규칙과 기술 습득 이상의 의미를 갖는 것 같다. 이 춤은 여자에게 몸을 정지하거나 움직이는 방식, 마음가짐, 자태, 분위기 등을 아우르는 어떤 총체적인 애티튜드를 가르친다. 탱고 배우면 맵시가 생긴다고 하는데 아마도 그것은 내 생각에 우리가 탱고를 배우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탱고적 애티튜드를 체화하면서 일반 여성에서 탱고 추는 여성으로 재사회화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탱고적 애티튜드란 무엇인가. 탱고라는 춤에서 여자는 항상 아름다워야 하고, 절도가 있어야 하고, 자기 중심을 잃지 않아야 하고, 매혹적이어야 하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고고하고 당당해야 한다. 이것은 그러니까 탱고라는 춤을 위한 하나의 '역할극'이다. 이 역할극이 여성으로 하여금 끊임없이 '우아함이란 무엇인가? 세련됨이란 무엇인가? 여성적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다른 여성과 차별화되는 내 안의 고유한 요소란 무엇인가? 나다움이란 무엇이며 나답게 치장한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자문하게 하고, 각자의 방식과 기준으로 그 해답을 부단히 모색해 나가도록 만드는 것 같다.

 

겉으로는 남성의 리드에 전적으로 순응해야 하는, 여성에게는 굉장히 수동적인 춤으로 비춰지지만, 이 춤은 여성으로서의 자기 자신을 주목하고 자신의 여성성을 주체적으로 가꿔나가도록 한다는 점에서 페미니즘과도 상당히 코드가 맞는 것 같다. 실제로 탱고 오래 춘 땅게라들한테서는 종종 대학 시절 동경했던 페미 언니 포스가 느껴지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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