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면서 더욱 느끼는 거지만 글은 언제나 사후적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한창 어떤 사건 속에 몰입해 있는 동안에는 그와 동시에 글을 적는다는 게 불가능하고 결국 글은 언제나 '~에 대한 글'일 수밖에. 글이 언제나 현재를 비껴나 있는 것과 달리 춤은 오로지 현재만 있다. 과거도 미래도 없이, 기가 막힐 정도로 강렬한 현재만이 있다. 지금 이 순간 흐르는 음악과 내 앞의 상대에 온 정신을 집중해서 추어야 할, 천 년 전에도 후에도 없을, 오늘 밤의 한 딴다만이 있을 뿐이라는 사실. 그것이 때로는 너무나 허망해서 슬프게 생각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어느 한 순간 한 공간에서 모두가 하나의 음악에 맞추어 강렬하게 현재를 체험하고 나 또한 거기 동참하여 우리들이 지금 이 순간 생의 절정의 지점에 당도해 있다는 그런 감각을 만끽하는 것은 얼마나 경이롭고도 감격적인 일인지. 모든 존재가 다 함께 온힘을 다해 현재를 치열하게 소진시키는 광경은 얼마나 장관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