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별 대수로운 일이 아니기도 하고 그래서 다 잊어버린 줄 알았는데, 새로운 사회에서 새로운 춤을 배우고 있자니 스윙판에서 과거에 받았던 상처가 다시금 스물스물 생각이 난다. 이 바닥에 오래 머문 이 치고 마음의 상처 하나 없는 인간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또 부지불식간에 나 역시 누군가에게 상처준 적 있었을 지도 모르는 일이지마는. 소규모 부족사회 같은 이곳 춤판에선 언제나 뒷말이 무성하고, 그 뒷말 속에 오해와 억측과 소문이 난무하고, 그러다보면 의도치 않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고 그러는 것 같다. 이들과 더불어 춤추며 살기 위해서는 그 또한 견뎌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초연해지기가 쉽지 않다.

 

사실 초연해지기는 커녕 무슨 구설수 공포증 같은 게 생겨버린 것 같다. 경거망동했다가 자칫 구설수에 휘말려 이슈메이커가 되고 뒷담화의 주인공이 되면, 춤추고 싶어서 춤판 갔는데 정작 춤을 추고 싶어도 못 추게 되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는 것을 눈물로 밤잠 설치며 깨달은 지라, 더 이상 옛날에 스윙 막 입문했을 때의 그 철없던 시절처럼 오픈마인드가 안 된다. 조심성이 생겼다고 해야 할까, 극소심해졌다고 해야 할까. 무엇보다도 두려움이 크다. 또 예전처럼 상처 받을까봐. 신뢰할 만한 유대가 아직 형성되지 않은 사람 앞에서는 경계심을 가지고 행동하게 된다. 춤판에서 늘 처신이 중요하고 인간 관계가 쉽지 않다는 걸 뼈아프게 깨달은 뒤로는 사람을 향한 마음에 뭔가 단단한 껍질이 한층 생겨버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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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16 14: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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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16 15: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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