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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의 프로포즈
김지연 (Kim Chee-Yun) 연주 / 유니버설(Universal)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김지연, 하면 옛 신림동 친구네 자취방이 생각난다. 술에 취해 CD장을 기웃거리다 핑크빛으로 점철된 자켓 디자인이 눈에 띄어 틀어본 게 <김지연의 프로포즈>라는 앨범이었다. 장소와 시간 그리고 알콜이 가미된 정신상태의 특별함이 더해져서였겠지만, 실로 중력을 허물어 버리는 연주였다. 시무룩하게 구겨져 있던 친구네 자취방이 점점 핑크빛으로 부풀어오르더니 이윽고 열기구처럼 둥실 떠올라 마지막 트랙이 끝날 때까지 한참동안 유유히 밤의 공중을 날았던 기억. 지금은 친구도 사라지고 친구네 자취방도 사라지고 심지어 음반은 절판되어 들을래야 들을 수도 없는 것인데 그러고 보면 내가 그 친구네 자취방에서 이 음악을 들었던 게 아마도 전생의 일이었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