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한국사회 - 단지 공화국에 갇힌 도시와 일상
박인석 지음 / 현암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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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세대 주택이냐 단독주택이냐 아파트냐. 새로운 가족과 함께 할 주거형태를 두고 여전히 저울질 중인 상황에서 이 책은, 주거문화 회복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한다는 그 취지가 무색하게도 퍽이나 나쁘게(?) 읽힌다. 왜 아파트로 가야 하는지 그 이유와 목표가 명백해진 까닭이다. “기반시설이 허약한 도시 공간을 사유(私有) 기반시설을 갖춘 자족적 아파트 단지들로 분절 격리하고 이를 개인이 구매하도록 하는 전략”(34)을 통해 공공투자를 최소화하면서도 중간계층의 증가하는 공간 욕구를 충족시켜온 것이 저간의 한국 도시주택개발정책의 역사라면, 열심히 구매력을 길러 열악한 도시 공공공간 환경이라는 사막 속에 자리 잡은 사설(私設) 오아시스인 아파트 단지”(24)로 진입해야 하겠다는 결심은 차라리 절박한 어떤 것이 된다.  

 

국가가 책임지고 관리해야 할 공적 차원의 영역을 시장과 개인에게 내맡기고 있다는 점에서 저자는 오늘의 교육 현실과 아파트 문제를 동일선 상에 놓는다. 교육 문제에 통감하고 교육계의 변화를 바란다면 나부터 내 자식을 사교육 시장에 내보내지 말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도시의 공공영역에 대한 시민적 책임의식을 가진 개인이 할 수 있는 개혁적 실천이 있다면 제일 먼저 아파트에 안 사는 것이겠다. 그러나 과연 내게 조금이라도 경제적 여력이 생길 때 내 자식 사교육을 안 시킬 수 있을까. 아파트에 안 살 수 있을까. 어마어마한 용기와 신념과 배짱이 있지 않고서야. 여담이지만 결혼은 확실히, 인간을 한층 더 보수화시키는 것 같다. 미래에 관한 여러 가지 구상이 내 가족을 염두에 두는 순간 점점 더 안전 지향적으로, 소시민적 가족주의로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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