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가 하와이로 된 것은 지극히 자의적으로 보였다. 단 한 톨의 흠결도 없이 완벽하게 세팅된 낙원! 그곳은 사실 지구 어디든 상관이 없었던 것이다. 자본주의사회 인간들의 안식과 재충전을 위해 태평양 한가운데 조성된 이 섬이 너무나 완벽했으므로 눈물이 다 났다. 고백하자면 어떤, 열패감 같은 걸 느꼈던 것 같다. 이곳은 너무나 아름답구나.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기꺼이 개가 되고 싶도록, 개가 되어 한 몇 년 일하고 나서 다시 또 찾아오고 싶도록- 자연환경, 쇼핑, 오락, 스포츠, 휴양 모든 방면에 있어서 빈틈없이 아름답구나. 돈을 들고 온 자에게 이 섬은 천국을 열어주었다.

 

비현실의 현실화를 목도하고 거기서 어떤 숨막히는 절대성을 발견했을 때 평범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경이 앞에 무력하게 굴복하는 것 뿐. 지난 시절 독서를 통한 나름의 탈체제적 모색들(?)이 순진한 몽상이자 소박한 관념 찌끄러기에 불과했던 게 아닐까 진심으로 회의하게 만들 만큼 하와이는 무시무시하게 실제적이었다. 그 실제성이, 하와이를(내지는 하와이 같은 것을) 경험한 자로 하여금 기꺼이 자발적으로 개가 되도록 만드는 것이리라. 이 섬은 너무도 고차원적인 방식으로, 다정하지만 엄격한 어머니처럼, 굴종을 가르치고 있었다. 야속해라. 이 아름다운 섬에는 선택지가 없구나. 하와이에서 석양을 옆에 두고 윤기가 잘잘 흐르는 스테이크를 써는데, 벅찼다. 여러가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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