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창적인 기법으로 제조한 다채로운 천연 양념장과 맛국물, 정확한 계량법의 준수 등 요리의 과학적 엄밀성에 대한 고집과 신념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식탁 위에 펼쳐놓고 얼른얼른 재빨리 대충 봐가면서 만들기에는 영 까다로운 요리책이다. 흡사 실험실 연구원이라도 된 양 투철한 과학정신에 입각하여 조리를 해야 되는 이 난감한 상황은 뭔가. 서양학문의 폐해가 요리책에까지 미친 건가;; 요리의 맛을 좌우하는 것은 정확한 계량법과 이색적인 조합의 양념장이 아니라 그날그날의 날씨, 요리사의 기분과 마음 자세, 각종 양념들의 마법과도 같은 우발적 마주침, 그리고 결정적으로 하늘의 도우심- 이 모든 것들의 총화라고 믿는 신비주의적 입장에서 볼 때 '어머니의 손맛'을 무의식적으로 배척하고 있는 듯한 이 요리책은 깔끔한 편집에도 불구하고 시종 뭔가 팍팍하게 느껴진다. 무릇 요리책이라면 책에서부터 일단 좀 감칠맛이 나야 하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