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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학 ㅣ 동양고전 슬기바다 4
주희 지음, 윤호창 옮김 / 홍익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소학이 궁금했던 것은 일전에 어느 책에서 고산 윤선도가 평생토록 소학을 손에서 놓지 않고 극진히 읽었다는 얘기를 접하고부터였다. 그는 유배가 있을 때도 아들들에게 편지를 보내 소학이 인간의 근본을 이루는 본보기이니 일평생 읽고 또 읽으라고 권면했다 한다. 8세 안팎의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책을 평생에 걸쳐 경전처럼 떠받들며 살았다니 과연 어떤 책일까 하는 호기심으로 펼쳐들었으나 온통 경건, 성실, 충실, 공경, 신실, 신의, 수양, 신중, 근면, 청렴, 절제, 단정, 엄숙, 정제, 겸손 등의 단어들로 점철된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현대사회에 태어난 것이 천만다행이다. 16세기 조선의 어느 지식인에게 평생의 바이블이었던 이 책이 21세기를 살아가는 나에게도 비록 견딜 수 없이 숨막히고 고리타분하기는 할망정 그 내용이 대체로 수긍이 갈 뿐만 아니라 심지어 적지 않은 부분이 당위로서 받아들여진다는 사실만큼은 새삼 놀랍다. 대저 관습이 되어버린 이데올로기라는 것은 얼마나 끈질기고도 유구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