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은 연애해볼 기회가 좀처럼 안 생기거나 별거 중이거나 사별했거나 이혼한 사람에게 적극적으로 권면하고 싶다. 특히 탱고. 탱고 오래 춘 사람들은 탱고야말로 위로와 치유의 춤이라고들 하니까. 그리고 일반적인 편견과 달리 춤판 사회는 의외로 보수적이다. 보수적이다 못해 고리타분할 지경으로 심지어는 바로크 궁중사회 같다. 결국, '제스처'인 것이다. 전혀 민주적이지 않은 사회가 민주주의를 헌법에 대대적으로 명시하고 있듯이. 유교 이상에 반하는 일이 다반사였던 조선 왕실의 역사가 겉으로는 언제나 유교 사상에 근거하였듯이. 거대한 역설이 체제를 굴러가게 한다는 점은 춤판도 마찬가지여서, 춤 자체가 실질적으로는 섹스의 승화된 형태이기 때문에 아이러니하게도 춤판 사회의 법도는 과도하게 엄격할 수밖에 없다. 아무튼 요는, 춤이라는 게 생각보다 건전하므로 무람없이 권할 만 하다는 것.
그러나 춤은 근본적으로는 지극히 쓸쓸하고 허망한 것 같다. 극도로 강한 자극과 희열을 느낄 수 있는 데 대한 냉정한 대가일까. 세계의 실체가 어느 소설가의 주장대로 도넛 같은 거라면, 나는 춤(정확히는 소셜댄스겠지만)이야말로 도넛의 한가운데- 그러니까 무(無)를 감각적으로 온전히 체험해 볼 수 있는 심오한 신체 활동이라고 장담하련다. 그런 면에서 춤 역시 일종의 구도의 여정인지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생을 완성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춤을 권하고 싶지는 않다. 생을 완성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섹스를 권하지는 않듯이. 춤은, 늙기 전에, 그러니까 기력이 어느 정도 있어서 제 몸의 움직임을 스스로 컨트롤 할 수 있는 시기에 해볼 만한 근사한 활동임에는 틀림없지만 자신의 전부를 걸기에는 너무도 덧없다 슬프게도. 영혼의 의지처는 될 수 있을 지라도 구원까지 기대하는 건 무리다. 내 생각으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