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이 춤이 된다면 - 일상을 깨우는 바로 그 순간의 기록들
조던 매터 지음, 이선혜.김은주 옮김 / 시공아트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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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춤판에서 만난 친구한테 언젠가 물었었다. 소개팅 나가서 취미가 춤추는 거라고 상대방에게 솔직히 밝히느냐고. 마음에 드는 상대가 나오면 굳이 얘기를 안 한다고 한다. 상대가 마음에 '안 들 때'만 솔직하게 얘기 한다고. 어머? 웃기다! 나도 그런데! 깔깔깔.

 

물론, 우리는 춤을 진심으로 사랑한다. 삶이 일거에 재부팅 될 만한 놀라운 가치를 춤에서 발견할 수 있다고 장담한다. 춤이야말로 그 안에 들어가 평생을 헤매어볼 만한 광활한 숲이라고, 신성한 하나의 세계라고 믿는다. 하지만 왜 배우자로서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사람에게는 이런 생각을 조심히 숨길까. 구태여 말하지 않는다는 것도 일종의 소극적 거짓말 아닌가. 왜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는 것에 대해서 남들 앞에 떳떳하지 못하나. 서글픈 자기분열이다. 득도(得道)에 준하는 귀중한 의미를 춤에 부여하면서 오래도록 진지하고 헌신적으로 활동하는 탱고판의 기혼남녀 선배들은 대체 이 모든 내적 모순을 어떻게 수습하고 사는 걸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때 친구랑 수다 떨면서. 자신의 오타쿠 성향을 주위에 공개하는 걸 덕밍하웃이라고 한다며. 그렇담 자신이 탱고 추는 땅게라 혹은 땅게로라는 걸 주위에 고백하는 일은 땅밍아웃이라 해야 할 모양. 이 책은, 소개팅 자리에서의 땅밍아웃 문제에 대해 얘기나눴던 그 친구에게 지난 겨울 어느 날 선물했던 책이다. 해가 바뀌었고, 그는 여전히 춤추며 잘 살고 있는 듯하다. 어떤 이들에게 춤은 이 책의 제목처럼 수사학적인 어떤 것이거나 가정법으로만 존재할 테지만, 그에게는 춤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일 것이다. 부단히 연마해 나가는 생활의 일부일 것이다.        

 

나는 춤을 접었다. 여러 가지 말 못할 사정이 있었노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건 아마도 춤을 접은 사람들의 공통적인 변이겠지. 하지만 완전히 과거형은 아니다. 9센티 힐의 위용을 자랑하는 황금빛 탱고화를 아직도 차마 버리지는 못했으니. 우리 삶이 춤이 된다면, 그러니까 언젠가 나의 삶도 다시 춤이 된다면, 우리 또 플로어에서 만날 수 있을까. 모쪼록 득춤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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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23 23: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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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24 15: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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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27 20: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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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27 20: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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