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독성 음악이다. 폭군처럼 달려들어 듣는 이를 일거에 제압하고 무섭게 휘몰아친다. 협곡으로 질주했다가 능선을 타고 여유롭게 활강했다가 힘겹게 봉우리에 올랐다가 별안간 보드라운 미풍이 반기는 오솔길로도 접어들었다가 다시 또 숨 고를 새 없이 다른 방향으로 돌진한다. 내가 음악을 듣는 것이 아니라 음악이 나를 휘어잡고 놓아주질 않는다. 사람 혼을 제대로 들었다놨다 하는, 이런 음악을 들을 수 있어서 영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