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생김과 성격, 심리묘사가 거의 세필로 그린 정밀화 수준. 모르긴 몰라도 소설 장르만이 도달할 수 있는 문학적 세공의 경지 가운데 하나가 있다면 이런 부분이 아닐까. 작가의 페르소나는 용빈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비극적 에로티시즘을 보여주는 백치스런 용란이가 가장 눈에 밟힌다. 무구한 눈빛을 가진 야생의 암코양이를 보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