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yan McGinley, <Purple Beacon>, 2011, 280×183cm, C-print
대림미술관에서 하는 라이언 맥긴리 사진전에 다녀왔다. 발가벗은 채로 뛰노는 말라깽이 아메리칸 망나니들이 이토록 가슴 찡하게 와 닿을 줄이야. 전시장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위의 사진 작품 앞에서 한참을 넋놓고 서있었다. 서툴고 거칠고 위태롭고 불안하고 제멋대로인 연둣빛 생명들이 맥긴리의 프레임 안에서 그 자체로 더없이 귀하고 찬란했다. 못나고 부끄럽게만 여겼던 우리들의 모습이 이리도 눈부신 것이었다니 그때 우리는 우리를 좀 더 긍정해도 좋았을 뻔 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