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넌큘러스의 계절이다. 꽃잎이 무려 삼백 장이 넘는다는 꽃. 처음에 그 얘길 듣고는 아찔했다. 무엇이 그리도 두렵고 불안하여 삼백 장이나 되는 꽃잎을 마련해야 했을까. 가엾다 그 강박증이. 만개 직전, 온힘 다해 수백 장 꽃잎을 단단히 말아쥔 라넌큘러스의 비밀스런 속살이 눈물겹다. 감추고 또 감추느라 가느다란 모가지가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 같은데 이 고집스런 꽃은 고개 한 번 떨구지 않고 용케도 잘 버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