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위한 철학수업 - 자유를 위한 작은 용기 문학동네 우리 시대의 명강의 5
이진경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물의 매혹에 사로잡혀 뜻하지 않은 세계 속으로 말려들어가는 '수동성'이 사실은 자유에 더 가까이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매혹당할 줄 아는 것이야말로 안목이고 능력이며, 그 매혹을 따라갈 줄 아는 용기야말로 자유를 향해 가는 힘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 경우 '수동성'이란 내게 다가온 것을 통해 나의 벽, 나의 관념이나 감각을 넘는 어떤 '넘어섬'을 뜻한다. 자아의 감옥을 넘어서, '나'란 이름으로 구축된 작은 성을 넘어서, 내가 알지 못하던 사물이나 사람, 혹은 다른 어떤 것의 세계로 비약하게 되는 사건을. 자유란 무엇보다 이 넘어섬을 뜻하는 것일 게다. 자유가 흔히 말하듯 어떤 '가능성'과 관련된 것이라면, 그것은 바로 이 넘어섬을 통해 다가오는 다른 세계의 가능성을 뜻하는 것일 게다. -p.90

 

철학자 들뢰즈는 진정한 '넘어섬의 경험', '초월의 경험'이란 지각불가능한 것과의 피할 수 없는 만남에서 온다고 말한 적이 있다. 감각적으로 피할 수 없게 닥쳐왔지만 그게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어떤 것과의 만남. 그것이 지각될 수 없는 이유는, 그것이 지금의 나의 감각이나 지각능력을 벗어나 있어서일 것이다. 그 지각될 수 없는 것을 향해, 그 알 수 없는 것의 지각을 향해 나의 감각을 밀고 나아갈 때, 나는 나의 감각능력을, 나의 경험능력을 넘어서는 어떤 '초월'을 경험하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예컨대 뭘 하려는 건지 알 수 없는 예술작품이나 무슨 소리를 하려는 건지 알기 어려운 책들은, 그것을 피하고 외면하지만 않는다면, 우리의 감각능력이나 사고능력을 확장해준다. "문제는 감각의 착란을 통해서 미지의 것에 도달하는 것이다."(랭보) -p.156

 

자유란 자기가 믿는 관념, 자신이 자명하다고 생각하는 어떤 전제를 의문에 부치는 근본적인 물음으로부터 나온다. 그런 물음을 통해 자신이 생각지 못했던 것을 생각하며 지성을 탐험적으로 사용할 때 비로소 자유는 시작된다. (...) 지성의 자유는 지성의 모험적 사용에서 시작된다. (...) 자유는 자신의 지성 바깥에서 온다.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자유란 밝음이 아니라 어둠을 향한 지성의 비행이다. 헤겔이 했던 말과는 아주 다른 의미에서,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그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비로소 날개를 편다. -p.191

 

자존심은 남들에게서 자신에 대한 존중을 얻으려는 마음이다. 남들의 시선 앞에서 자신의 강점을, 자랑할 만한 모습을 보여주려는 것이고, 그런 방식으로 남들에게 인정받으려는 욕망이 작동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자존심은 '자의식'의 다른 형태다. 남들 눈에 내가 어떻게 비칠까를 근심하는 것, 그게 자의식이다. (...) 반면 자긍심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에 대한 긍지의 표현이다. 그것은 남이 아닌 자신의 시선, 자신의 척도에 스스로를 비추어 본다. 남의 인정을 구하려 하지 않고, 스스로 확신하는 것, 스스로 하고자 하는 것에 비추어 자신이 잘했는지, 잘하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 오직 자기가 세운 기준만이 자기를 흔들 것이다. (...) 자존심은 약한 자들이 자신의 약함을 가리기 위한 방어기제고, 자긍심은 강한 자들이 스스로 갖고 있는 힘에 대한 긍정이다. 전자는 남을 향한 것이라면, 후자는 자기를 향한 것이다. -p.232

 

자긍심이란 자신에 대한 긍정이며, 자기 삶의 긍정에서 나온다. 자신의 능력을 긍정하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욕망하는 것)을 긍정하는 것이 그것이다. (...) 욕망의 긍정이 진정한 삶의 긍정인지는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가? 이를 위해선 한 번의 긍정에 또 한 번의 긍정이 더해져야 한다. 진정한 긍정은 이중의 긍정인 것이다. (...) 첫번째 긍정이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 잘할 수 있는 것을 긍정하는 것이라면, 두번째 긍정은 그렇게 자신이 긍정하여 선택한 삶으로 인해 야기되는 그 어떤 결과도 긍정하는 것이다. (...) 진정한 자긍심은 이 두 번의 긍정에서 나온다. 두 번의 긍정은 남들의 인정을 구하지 않기에 남들의 비난도, 칭찬도 가볍게 받아넘길 수 있다. 남들의 오해조차도 이들을 동요하게 할 순 없다. 오해가 있다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남들이 이해해주든 오해하여 비난하든,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을 긍정하는 것이 두 번째 긍정이니까. -p.234

 

젊다는 것은 무언가가 끊임없이 입력되고 입력된 것을 처리하기 위해 뉴런들이 새로운 연결망을 만들고, 그에 따라 새로운 패턴의 출력이 언행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프로세스를 '공부'라 하고, 이런 상태에 있는 사람을 '학인'이라 부른다. 따라서 젊다는 것은 공부하며 살고 있음을 뜻한다. 학인, 공부하며 사는 사람이란, 자기 안에 없는 것, 다시 말해 자기 외부에 있는 것들에 열려있는 이를 뜻한다. 외부적인 것들이 입력되고, 그에 따라 내부에 변화가 발생하며 그 변화가 말과 행동으로 표현되는 이를. -p.25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