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왜 이렇게 잔인한 거야 나 많이 아파서 숨쉬기조차 힘이 들어서 그래서 너에게 전활걸었어 우리 사랑했잖아 정말 사랑했잖아 남남처럼 지내자 서로 없었던 것처럼 죽었다고 생각해 그럼 편해질꺼라고 우리 이대로 그만 헤어져 널 버리는게 아니야 내가 밀어내는 건 고통밖에 줄 수 없는 날 지워내는 법을 알려주는 것 혼자가 된 널 세상이 반겨주는걸 멀리서 지켜보는 것

 

참 많이 아파 진실을 말하긴 가슴이 아파 비밀로 묻어두고 싶지만 언젠간 알게 될꺼란 사실이 눈물로 앞을 가리네 마지막 잎새가 떨어질 때 찬바람이 불어 그리움 전해질 때 그 순간이 다가오면 편해지겠지 널 향한 내 미소가 향기가 되겠지 시간이 멈추고 세상이 끝났어 나 아직 하지 못한 말이 많은데 시간을 돌려서 다시 살아갈 수 있다면 너에게 말할래 정말 사랑했다고

 

이지스 1집 '이 거지같은 사랑' 가사 중에서. 전문을 옮기려다 그럴 가치도 없어서 도중에 잘랐다. 그야말로 거지 같은 사랑에 대한 거지 같은 노래로구나. 이 모든 지긋지긋한 감정 소모가 다 뭐냐 명백히 명명백백히 삶의 낭비다. 연애와 사랑도 될 수 있으면 에피쿠로스 식으로 하는 게 낫다. 은둔자적으로 소소하게 조그마한 것들에서 아기자기한 쾌락을 느끼면서. 전 재산을 둘러메고 테이블에 앉은 도박꾼의 형형한 눈빛으로 연인을 바라보아서는 안 되는 것이다. 하지만 우스워라. 결국 난 또 이렇게 만신창이가 되어버리는구나. 또 하나의 황금빛 왕국이 새까맣게 전소하고 미래는 처형되고 지금 우리는 각자의 골방에 자발적으로 유배가서 원숭이처럼 신음하고 있다. 잿더미로 가득찬 지옥을 견디기 위해 나는 당분간 얇은 책갈피가 되어 아무 책에나 박혀있는 게 좋겠다. 책은 워낙에 바보 같아서 좋다. 노상 쓸데없는 헛소리만 늘어놓고 있기 때문에 그 안에 숨어 있으면 차라리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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