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지금 의지가 좌절되었기 때문에 슬픈 게 아니야. 너는 양립할 수 없는 두 가지 가치 가운데 하나를 선택한 것이고, 너의 슬픔은, 그 둘을 동시에 취하지 못한 데 대한 슬픔인 거야. 둘 다를 원했지만 그것이 불가능함을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에, 둘 중 하나를 부득이하게 포기해야 하기 때문에 슬픈 거라고. 막연히, 네 뜻대로 하고 싶은데 못해서, 무능한 기분이 들어서 슬픈 게 아니라.

 

아무튼 너는 '능동적'으로 선택을 '한' 거야. 너의 의지는 한 번도 좌절된 적이 없어. 만약 네가 좌절감을 느낀다면, 그것은 선택을 망설이다 결국 포기하기로 작정한 쪽에 대한 미안함을 덜고자 그런 게 아닐까.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하기 위해 현실을 왜곡되게 디자인하고 있는 건 아닌지.

 

너의 선택이 초래한 변화는 누구의 잘못도 아니야. 아니, 애초에 잘못된 상황이란 없어. 물이 흘러가는 걸 봐. 이쪽 방향이 뭔가 불편하다면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면 되는 거야. 그리고 그것이 자연스런 움직임이고. 원망할 일도 괴로워할 일도 아니지. 스스로에게 죄를 추궁하고 자기학대할 필요는 더욱 없어. 가만히 흐름을 느끼면서 너의 선택에 충실하면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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