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안타까울 정도로 평범한 까닭은 그의 세계가 온통 남을 기준으로 해서 돌아가기 때문이지. 내가 중이병 걸린 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난 결코 이해할 수가 없어. 왜 모든 걸 남을 기준으로 해서 사고하고 판단하냐고. 난 내가 가장 피하고 싶은 게 남과 똑같이 되어버리는 건데. 나의 고유성이 훼손되는 거. 난 그게 제일 공포스럽던데. 그래서 난 조카를 만나기 전에는 애 낳기도 싫었다고. 나의 2세가 태어난다는 게 생각만으로도 끔찍했어. 이 우주에 나의 아류, 나의 변종이 존재하게 된다는 거잖아. 그게 정말 불쾌했다고. 물론 조카를 보고 나선 생각이 좀 달라졌지만. 물론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니 살다보면 어쩔 수 없이 남을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 상황이 닥칠 수밖에 없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불가피한 경우이지 결코 추구해야 할 도덕은 아니라고. (...) 상대성의 회로 안에 갇힌 인간은 결국 허무를 견디지 못하고 자멸하고 말아. 인간은 반드시 절대적인 어떤 것을 기준으로 가지고 있어야 해. 남하고 비교할 수 없는 어떤 거. 남을 기준으로 측정할 수 없는 어떤 거. 그것이 비록 애처로운 환상에 불과할지라도 말이야. 왜냐하면 그래야 그 자신이 살아나갈 수가 있으니까. 이유는 그뿐이야. 오로지 살기 위해서. 간신히라도 살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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