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윙판에서 흔히 쓰이는 용어 가운데 하나로 '스윙감'이라는 게 있다. 댄서가 스윙댄스 특유의 탄성력을 온몸으로 발휘하게 되면 마치 탱탱볼이나 젤리처럼 그의 육체적인 물성이 전적으로 바뀌게 되는데, 이같은 상태에서 댄서의 탄성운동이 스윙 음악의 리듬과 선율 그리고 파트너의 움직임과 완벽한 삼위일체의 조화를 이루면 소위 그 '스윙감'을 느끼는 상태가 된다. 스윙감이 최고조에 달할 때의 느낌은 가히 무당이 접신했을 때의 순간과 견줄 만 하다고 여겨져 스윙판 사람들은 이런 상태를 스윙신과 접신했다고 혹은 스윙신이 강림했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엄밀히 말하면 스윙감을 느끼지 못하는 춤은 춤이라고 할 수가 없다. 춤의 흉내만 내고 있는 기계적 운동일 뿐. 그러나 춤 실력이 일정 고도에 오르고 커넥션이니 모멘텀이니 하는 춤의 물리적 운동 기술에 대해 이론적으로 조예가 깊어진다 해도 스윙감을 영구적으로 획득할 수 있느냐 하면 또 그런 것은 아니다. 아무리 날고 기는 춤판의 고수라도 스윙감이 떨어져 오랫동안 슬럼프를 겪기도 한다. 다른 모든 '감'들처럼 스윙감 역시 노력하는 자에게 어느 날 문득 축복처럼 찾아왔다가 또 그렇게 예고 없이 달아나버리고 마는 것이다.

 

플로어에서 파트너와 정신없이 춤추다가 어느덧 스윙감이 최고조에 달하는 상태에 이르렀을 때, 그러니까 마침내 '접신'하게 되었을 때의 그 황홀한 기분, 일순간 춤의 진리를 터득한 듯한 그 짜릿한 기분은 결코 영구 소장할 수가 없다. 감동적인 책이나 진귀한 물건은 금전적으로 각혈을 해서라도 어떻게든 입수하여 소장할 수가 있는데, 춤판에서 느끼는 절정의 순간은 소유의 차원을 넘어선다. 마치 무수한 광선 입자들의 끊임없는 운동 속에서 홀로그램이 비로소 하나의 상으로 떠오르듯이, '이것이 진정 춤이다'고 말할 수 있는 바로 그 접신의 순간은, 오로지 부단한 발동작과 현란한 춤사위 속에만 일시적으로 찾아올 뿐이다.

 

그래서 내가 느끼는 춤은 존재하는 게 아니라 현상한다. 철저히, 가차없이, 냉엄하게 그러하다. 아무리 아름다워도 결코 지닐 수가 없다는 것. 그저 일시적으로 체험하거나 추억할 수 있을 뿐이라는 것. 너무나 찬란하면서도 영원히 손아귀에 잡히지 않는 환영 같은 그런 속성 때문에 춤은 그토록 황홀하고 또 그토록 허무한 것이리라. 춤에 관해 이런 생각이 들면 나는 정말로 마음 한구석이 푹 내려앉는 것만 같고, 내려앉아버린 그곳이 뭉근하게 아려오고, 그럴수록 더욱 더 춤에 열광하게 된다. 손아귀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를 어떻게든 움켜 쥐어보려고 안달하는 아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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