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너머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80
찰스 키핑 글.그림, 박정선 옮김 / 시공주니어 / 199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해가 뉘엿해져 가는 오후 제이콥은 커튼 사이로 창밖을 구경하고 있다. 창밖으로 내려다보이는 길은 '제이콥이 유일하게 알고 있는 세상'이다. 그 길을 사람들이 '쭈그렁탱이'라고 부르는 노파가 지나간다. 그녀가 키우는 개도 보인다. 그 개는 '비쩍 말라서 뼈다귀에 가죽을 뒤집어쓴 몰골'을 하고 있다. 거리를 청소하는 위레트 씨도 지나간다. 조지도 있다. 과자 가게로 들어가는 조지가 제이콥은 부럽다. 그때 갑자기

 

 

어디선가 말 두 마리가 질주해 온다. 양조장에서 뛰쳐나온 모양일까. 사람들이 말을 잡으러 우르르 쫓아 나온다. 제이콥은 궁금하다. "무슨 일일까? 하지만 나는 이층에 있으니까 안전해." 다행히도 마부가 겨우 말을 붙잡아 세운다. 그런데 이때

 

 

개를 꼭 껴안은 쭈그렁탱이가 보인다. 이 책에서 가장 붉은 장면이다. 사람들이 하나 둘 쭈그렁탱이 곁으로 모여든다. 심상치 않다. 말이 무슨 짓을 한 걸까. "우리 개가 말하고 싸운 걸 거야. 그래, 분명히 그랬을 거야." 하지만 제이콥의 추측은 억지스럽다. 제이콥은 아마도 마음을 편하게 해두기 위해서 일부러 그렇게 믿고 싶은가보다. 이제 곧 엄마가 차를 끓이려고 이층으로 올라올 것이며, 제이콥은 학교에서 돌아온 누나와 기분 좋게 차를 마셔야 하기 때문이다. 잔상이 남아서였을까. 자리를 뜨기 전에 제이콥은 유리창에 입김을 내뿜어 그림을 그려놓는다.

 

 

줄줄 흘러내리고 있는 저것은 이슬일까. 피일까. 눈물일까. 제이콥은 알았을까. 몰랐을까. 알고도 모른 척 했을까. 창 너머 세계이기 때문일까. 제이콥은 왜 이런 걸 그렸을까. 어차피 누나랑 오순도순 차나 마실 거면서. 그런데 이것은 누구의 이야기일까. 여러가지로 모골이 송연한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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