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는 정치적으로는 차라리 좌우를 초월한 아나키스트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그는 민주주의를 비롯한 모든 '정의로운' 근대 정치개념 자체에 회의적이며, 정치적 주장들의 올바름을 논하기보다 그것들 저마다를 하나의 힘으로서 가치평가하고 그 힘을 어떻게 활용할 지에 대해서만 관심을 갖는, 그러면서 궁극적으로는 국가체제 자체의 붕괴를 전망하는, 어찌 보면 정치적 염세주의자, 견유주의자에 가까워 보인다. <반시대적 고찰>에서 니체가 전망한 이상 국가는 "천재공화국"이었다. 천재공화국이란 아마도 거리에의 파토스를 지닌 천재들로만, 오로지 강자들로만 이루어진, 에고이스트들의 느슨한 연합체 같은 형태가 아닐까. -일주일 전에 쓴 글

 

아니다, 결국 니체는 야만사회로의 회귀를 주장하는 시대착오적 반동주의자일 뿐이다. 정치사상가로서의 니체는 덜 떨어진 미치광이에 불과하다. 니체는 철저히 개인윤리 차원에서만 읽고 치워버려야 할 것이다. 영원회귀에 관해서는 종교적으로 변용하여 이해해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만이다. 심리적인, 정신적인, 영적인 차원에서만 효용이 있다. 거기서도 취할 것만 취하는 게 좋겠다. 갈가리 찢어서 젓가락으로 날렵하게 발라먹고 나머지는 개나 줘버리는 게 낫겠다. 헛소리의 일인자. 정서가 불안한 조증 환자의 경박한 정신상태로 인해 출항할 당시부터 이미 인식의 망망대해에서 난파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던 자. 정신의 무게중심을 찾지 못해 이카루스처럼 추락해버린 자. 깨달았으나 깨달음을 감당할 그릇이 못되었던 자. 위대하지만 나쁜 예. 허세와 자뻑의 제왕. 백년이 지나도록 텍스트로 살아남아 자신이 비난했던 딱 그 유대인의 방식으로 사람들을 전염시키는 괴물. 철학자가 되고 싶었으나 결국은 너무나 문학적이었던 인간. 그야말로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인간. 경멸하고 싶으나 경멸할 수 없는, 열광하고 싶으나 열광할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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