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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 - 개정증보판 ㅣ 한 권으로 읽는 실록 시리즈 8
박영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역사를 유기체적으로 보는 관점이 흘러간 유행인지도 모르겠으나 그럼에도 조선왕조의 역사는 마치 생물체의 한살이처럼 와닿는다. 조선의 성쇠에 비추어보면 광복 반세기를 넘긴 대한민국은 이제 갓 신생국의 티를 벗은 상태라고 봐야겠다. 정치 전반을 주도하는 우파 세력이 보여주는 철학의 깊이가 상대적으로 미비하게 느껴지는 점이 그렇고, 정국에 영향을 미치는 자생적인 사상의 흐름이랄 만한 것이 부재하다는 점이 그렇고, 사회 변동이 가라앉으며 계급 구조가 점차 견고해져가는 상황도 그렇고... 기시감이 느껴지는 사건들 하며, 당대의 인물과 오늘의 인물들은 또 얼마나 닮아있는지... 역사는 정말 반복되는 것인가.
이 책을 덮고 나면, "조선은 우리가 쉽게 단정하듯이 지극히 폐쇄적이고 고리타분한 그런 사회가 아니라 대단한 정열과 무게가 내재되어 있는 깊이 있는 세계"였으며, "그 세계 속에 새로운 어떤 것이 꿈틀거리고 있었고, 우리는 미처 그 점을 발견하기도 전에 일제에 의한 국권 침탈과 그 이후 강제된 서구 문명으로 인해 너무나 쉽게 그 세계를 놓쳐버렸다는" 저자의 지적에 절실히 공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