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선비 서재에 들다
고전연구회 사암 엮음 / 포럼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옛 선비들은 서실을 꾸밀 때 흔히 당호를 지어 편액으로 내걸고 스승이나 벗에게 청하여 서재에 부치는 기문(記文)을 얻었던 모양이다. 기문이란 서재 주인에 대한 소개, 서재의 건축 계기, 당호의 의미와 유래, 서재에 거하면서 항상 유념해야 할 자세, 당부와 바램 등을 적은 짧은 글인데, 책으로 비유하면 머리말에 실린 헌사나 발문 같은 것으로 볼 수 있겠다. 이 책은 조선시대 때 쓰여진 기문들과 각각의 기문에 얽힌 인연과 사연들을 맛깔나게 엮어놓고 있다.    

 

조선의 선비들로부터 느낀 바가 있어 나도 훗날 집을 마련하면 거실을 서재로 꾸며봐야겠다. 소파와 텔레비전 대신 책장과 오디오, 향초, 다탁 겸 서안(書案), 틈틈이 모은 아기자기한 문구와 다구(茶具)들을 모셔놓고, 서재에 어울리는 근사한 당호를 짓고, 솜씨 좋은 서각가에게 부탁드려 제작한 편액을 벽에다 걸어놓고, 나 스스로 기문을 지어 낭독하는 것으로 현판식도 거행하면 좋겠다.

 

서재에 즐겨 머물면서 "세상의 번잡함과 화려함을 뒤로하고, 삶의 마지막이 부귀영화로 치달리는 일을 천박하게 여기면서, 오로지 책을 읽고 이치를 궁리하고 사색하며 몸을 닦고 본성을 기르는"(장현광) 개인적인 사업에 힘쓰는 가운데, 가끔은 벗들을 불러들여 “삶은 닭을 찢어 먹으면서 술을 마시고 밤이 새는 줄도 모르고 이야기”(김택영)도 나누어야지. 상상만 해도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일이나, 가만 생각해보니 정작 집을 장만할 길이 요원하구나. 이거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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