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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 - 돌하르방 어디 감수광, 제주도편 ㅣ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2년 9월
평점 :
'죽도록 일한다'는 표현이 있지만, 상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과장된 비유일 뿐 오늘날 실제로 일하다 죽는 경우는 흔치 않다. 만약 어떤 일터에서 그런 일이 빈발한다면 응당 사회적인 문제로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해녀들의 세계에서 죽음은 수사가 아니라 엄존하는 현실이었다. 해녀들은 대개 칼 손잡이 끝에 끈을 매달아 손목에 단단히 감고 입수를 하는데, 바위에 달라붙은 전복에 칼을 꽂았다가 칼이 전복에 박혀 빠지지 않으면 오도가도 못하고 숨이 차 죽었다고 한다.
그 외에도 그네들은 한겨울 바닷물에 얼어 죽고, 해파리에 물려 죽고, 상어에 잡혀먹는 등 실로 갖가지 횡액에 목숨을 잃었나보다. 물질하다 보면 조류에 실려온 다른 마을 해녀 시체를 만나는 일도 빈번했던 모양이다. 익사자가 생기면 주로 베테랑급 해녀들이 해수면의 미묘한 색변화를 살피고 바람의 방향과 조류를 계산하여 시체를 찾아냈다고. 그러나 내일의 목숨을 잇기 위해 오늘에 목숨 걸었던 해녀들의 생활사를 누가 감히 처절하다 연민할 수 있을까. 내게는 차라리 위대한 전설처럼 아득하고도 감격적으로 느껴지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