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음반을 장만하고 나서 더 이상 다른 주자의 라흐마니노프 피협 3번 구해볼 생각을 못하게 되었다. 지금으로서는 그저, 아르헤리치가 가장 완벽한 것 같다. 3악장 피날레가 끝나면 브라보와 박수가 쏟아져 나오고 그때는 나도 별안간 긴장이 풀리면서 눈물이 날 것 같다. 음반 구하기 전에는 유투브에 올라온 연주 실황을 몇 번이나 봤는데 풍성한 흑발을 늘어뜨린 채 건반을 어루만졌다 내리쳤다 하는 젊은 날의 아르헤리치는 꼭 신단에 앉아 엄숙한 의식을 거행하는 여사제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