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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붓다, 니체 - 니체, 자신 안의 불성을 깨닫다 ㅣ 철학 스케치 3
야니스 콩스탕티니데스 지음, 다미앙 막도날드 그림, 강희경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독특한 필치의 삽화와 함께 니체 철학과 불교의 선(禪)사상을 교차하여 소개하고 있다. 사실 책 자체의 내용보다도 책에서 만나게 된 미지의 채널들에 더 호기심이 생긴다. 우선 이 책에서는 니체와 선종 간의 기묘한 친연성을 밝히기 위해 18세기 일본에서 활동했던 도원선사를 소환한다. 윤회와 열반이 근본적으로 구별되지 않으며, 수행을 깨달음의 수단이 아니라 깨달음 자체로 여겨야 한다고 했던 도원선사의 가르침은 니체 사상과 조화롭게 호응한다. 검색을 해보니 도원의 제자였던 코운 에죠가 스승의 가르침을 필록한 법어집 <정법안장수문기>(동국대학교출판부)라는 책이 이미 시중에 나와 있다.
영원회귀라는 깨달음을 얻은 후 말년에 정신질환으로 고생하게 된 니체에 대해 “호랑이 등에 올라타고 위험 속을 질주하는 왼손 유파 탄트라교의 길에 가까워보인다”고 평한 대목도 흥미롭다. 탄트라라고 하면 흔히 성교와 관련한 수행을 통해 깨달음을 얻으려는 불가의 비밀스런 종파로 알려져 있지 않은가. 자세히는 모르겠으나, 성력을 다스림으로써 깨달음에 이르는 수행법이라는 게 과감하고 혁신적인 방법일 수도 있겠지만 잘못 되었을 경우에는 업장만 쌓을 수도 있는 위험한 수행법이 아닐까. 저자가 니체로부터 탄트라교를 연상하고 있는 점이 신기하다. 검색해보니 역시 오쇼의 강의록을 비롯해 탄트라에 관련한 책들도 상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