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조선 2012.9
여성조선 편집부 엮음 / 조선일보사(월간지)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명색이 조선의 여성으로서 한번쯤 숙독해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어 구입, 그러나 숙독은 무리였다. 이 책의 구조상 숙독을 했다가는 올해가 저물어도 독파를 할 수 없게 되어있다. 그러나 이번 달 최신 유행을 선도하는 물질의 대향연을 감상하기에는 발췌독만으로도 무리가 없겠다. 새롭게 출시된 가재도구들은 예술의 경지가 따로 없고 신상 의류며 잡화며 두 눈이 휘둥그레지는 물질의 교향곡이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독자를 압도하며 울려 퍼지는 가운데 (꿀꺽) 연예인들은 왜 또 저마다 기구한 사연을 짊어지고 살아가는가.

 

가령 1986년 MBC 공채 탤런트로 데뷔, 몬트리올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 이후 91년 MBC 드라마 <장밋빛 인생> 등 몇 편의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결혼과 함께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 탤런트 신혜수는 이렇게 말한다. “아버지가 시인이라서 집안에 돈 버는 사람이 없었어요. 형제라고는 한 살 많은 오빠뿐인데 오빠도 형편이 넉넉지 않았고요. 저는 실질적인 가장이었어요. 하루 벌어 하루를 살았죠. 매니저도 없어서 계약을 할 때 출연료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지도 않았어요. 일을 하지 않으면 지갑에 만 원 한 장이 없었어요. 어쨌든 엄마가 아니면 제가 조카를 돌봐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고난과 역경에도 불구하고 불혹을 넘긴 신혜수는 여전히 나이를 짐작할 수 없이 아름다운데 그 비결이 “피부 진피층에 직접 주입해 탄력을 증가시키는 메조테라피와 표정 주름을 없애는 보톡스의 장점만을 결합한 시술”인 메조보톡스의 효과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피부의 근육층을 자극해 처지고 늘어진 피부의 탄력을 되찾아주는 안티에이징 시술”인 3D 울쎄라 리프팅의 세례를 받은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여하간 이놈의 잡지는 읽어도 읽어도 끝이 나오질 않고, 한 번 읽고 넘어간 페이지를 다시 찾으려고 하면 도무지 어디로 숨어버린 것인지 아무리 넘겨봐도 찾을 수가 없다. 물론 이런 점이야말로 여성잡지의 종잡을 수 없는 매력이란 것쯤은 나도 안다. 그런데 이런 가공할 만한 잡지가 매달 발간이 된다니 여성잡지 종사자들은 대체 얼마나 헐크처럼 일을 한단 말인가. 대단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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