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재의 사막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9.11테러 이후의 세계 뉴아카이브 총서 4
슬라보예 지젝 지음, 이현우.김희진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그래도 될까? 그럴 수 있을까? 우리가? 지젝의 선동은 두려움과 흥분을 준다. 아마도 내가 냉소적인 식자층, 아니 애당초 식자층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무지하고, 피상적인, 할리우드 영화에 귀를 솔깃해 하는(벤야민이 그랬던가, 모든 책은 하나의 전략이라고? 그렇담 지젝의 수다스런 인용은 확실히 전략적이다), 생존을 사수하느라 삶을 잃어버린, 포스트모던 시대의 전형적인 ('전형성'에 있어서 순도 높은?) '말인'이기 때문일 것이다. 나 같은 이들은, 오늘은 매운 게 땡겨서 육쌈냉면 먹으러 가듯이(혹은 요즘은 육쌈냉면이 대세니까 육쌈냉면 먹으러 가듯이), 지젝도 그런 식으로 소비하는 족속들이지만, 재미있게도 이런 종류의 피상성이, 진실되지 못함이, 근본주의적이지 못한 태도가 '마술적 마주침'의 조건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젝의 말은 불행 중 다행 아닌가? 내 안의 '저열함의 잠재력'을 믿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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