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사전
김소연 지음 / 마음산책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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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들은 어느 날엔가 이 시인의 책 <마음사전>을 펼쳐놓고 우리가 멋대로 '마음사전 놀이'라고 명명한 어떤 놀이를 해본 적이 있었더랬다. 이 책의 후반부에는 마음에 얽힌 낱말들을 말 그대로 사전처럼 풀이해놓은 대목이 있는데, 예컨대 그 사전에 따르면 '설렘'은 '뼈와 뼈 사이에 내리는 첫눈'이고 '슬픔'은 '생의 속옷'이며 '한숨'은 '나의 궁리에 대한 나의 대답'이다. 이런 몇 개의 문장들을 읽고 탄식하며 무릎을 치는 것으로 부족해서, 우리는 각자가 아직 읽지 않은 항목들을 가지고 퀴즈 놀이를 해볼 생각까지 했던 것이다. "최승자 시인의 말대로, 청춘의 트라이앵글 중 하나. 청춘 이후로는, 유일한 정신적 구호품"인 이것은 무엇일까요? 정답, 그리움. 맞아도 한 잔, 틀려도 한 잔을 들이켜가면서 이 놀이는 한동안 지속되었는데, 그러면서 우리는 마음학교의 학생이 되어 몰랐던 사실들을 하나 둘 알아가는 것이었다. 왜 그때는 그렇게 행복했고 왜 그 행복은 또 그토록 불안했으며 그 불안은 어째서 조금은 달콤하였던가를. 그러니까 마음이 몰랐거나 모른 척했던 삶의 소이연들을.   -김소연 시집, <눈물이라는 뼈>에 실린 신형철의 해설 中에서 

문학의 심약함이, 그 자폐적 순수성이 지겹다고 함부로 떠벌이곤 했으면서도, 나는 내심 문인들이 즐겼다던 이 '마음사전 놀이'를 질투했었다. 그러면서도 <마음사전>을 구태여 찾아 읽지는 않았던 것인데, 이는 문학이 지겨워서가 아니라 명백히 나의 게으름 탓이리라. 그러던 차에 지난 주말 우연히 이 책을 선물로 받게 되었으니 신기한 일이다.  

딱히 특별한 날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내가 상 받을 만한 기특한 일을 해낸 것은 더더욱 아니었으므로 이는 필경 나의 게으름을 다그치는 선물이 아니겠는가, 하고 제멋대로 상상을 하면서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는데, 마음사전을 한 장 한 장 넘길수록 마음이 달아올라 결국, 이 책을 선물해준 이에게 장문의 문자메세지를 보내고야 말았다. <마음사전>에 대한 독후감은 내가 보낸 이 문자메세지로 갈음해도 충분할 것 같다.       

"<마음사전> 참 좋다. 시인의 글은 그것이 어떤 형식을 띠든 나를 안달하게 하는 것 같다. 그들이 지어내는 텍스트들은 마치 봄철의 공중을 조용히 떠다니는 치명적인 꽃가루와 같아서 읽는 이로 하여금 언제나 격한 문학적 알러지 증세에 시달리게 만든다. 행간에 멈춰서서 자꾸만 눈 비비고 재채기 하느라 이 책 몹시 더디게 읽고 있지만, 아- 그럼에도 이토록 곱디 고운 책을, 이토록 곰곰이 언어의 뺨을 어루만지고 있는 책을, 이토록 낱말의 구석구석을 핥고 쓰다듬고 다정하게 애무하고 있는 책을, 나 이리도 쉽게 함부로 읽어버려도 되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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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08 12: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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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08 20: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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