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다. 슬픈 걸 슬프다고 말하는 순간 슬픔이 돌연 우스운 것으로 전락하고 마는 이런 사태에 대해 속수무책이면서도 어쩔 수 없이 슬프다. 슬픔은 꼭 이빨이 날카로운 미친개 같다. 내가 모퉁이를 돌거나 할 때 느닷없이 덤벼들어 나를 맹렬하게 물어뜯는다. 그러면 나는 언제나 무방비 상태에서 갈가리 찢겨나간다. 비명이 신음으로 잦아들 때까지 굴욕적으로 봉변을 당한다. 여기까지 쓰고 보니 역시 또 우습고, 아마도 나는 일부러 내 슬픔을 욕보이고 싶었나 보다. 그리하여 내 사나운 슬픔이 온순하고 다루기 쉬운 종류로 길들여지길 바랬나 보다. 하지만 슬픔을 욕보이는 일은 또 다른 슬픔이 되고, 그래서 이제 나는 완전히 절망적으로 슬프고, 아무래도 이 거칠고 어설픈 조련은 이쯤에서 관두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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