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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연인사이 - No Strings Attached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사랑에 단단히 빠져 사리판단에 장애를 겪고 있는 일당들(동생과 그의 여친)에게 또 다시 집을 비워주기로 약속하였으나 정작 퇴근하고 나니 불쌍하게도 마땅히 갈 곳이 없고 날은 또 왜 이리 추운지 약속한 시간까지는 어디라도 은신할 곳이 필요한데 그때 문득 영화관에나 가볼까 싶었던 것은 며칠 전에 이 영화를 보고 온 동생이 내게 했던 말이 떠올랐기 때문으로 그러니까 뭐라더라 나한테 들려주고 싶은 대사가 나오더라나 뭐라나. 그래서 구천 원이나 내고 영화관에 들어갔던 것인데 웬걸 절반쯤 보고 나서 그냥 스르륵 기어나와 버렸다. 이 영화의 결말을 나는 영원히 모를 테지만 주인공들의 미래는 전혀 염려할 수준이 아니었고 그래서 별 미련은 없다. 사실
할 수 있는 걸 지켜보는 건 좀 지루한 일이다. 운동을 지켜보거나 1박2일을 지켜보거나 무한도전을 지켜보거나 영화관에 앉아 남의 연애를 지켜보거나 등등. 운동이나 도전이나 여행이나 사랑 같은 것들은 앉아서 가만히 지켜보느니보다는 차라리 직접 뛰어드는 편이 낫지 않을까. 그러니 이왕이면 앞으로는 사람을 쏴죽이거나 신종 전염병에 감염되거나 좀비 떼한테 물어뜯기거나 화산 폭발 지역으로부터 도망치거나 괴물과 사투를 벌이는 영화를 보러 가는 게 좋겠다. 그런 영화에서는 내가 도저히 못하는 일 혹은 내가 당하기는 싫은데 지켜보는 건 재밌을 것 같은 일들이 벌어지니까. 아무튼 동생이 내게 들려주고 싶다던 주인공의 명대사는 결국 듣지 못했다. 그러니까 뭐라더라 사랑은 선택하는 게 아니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