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냉소적인 사람보다 허영심이 강한 사람이 더 좋다. 냉소와 허영 둘 다 핵심으로부터 벗어나 있는, 혹은 핵심에 진입하지 못한, 여실하지 못한 감정이라는 점에서는 진배없지만, 허영심이 강한 사람에게는 냉소적인 사람에게서 볼 수 없는 순정한 면이 있다. 바로 그 점 때문에 나는 허영의 전화(轉化) 가능성을 믿는다. 허영은 때로는 하나의 씨앗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냉소한테서는 아무런 기대도 할 수 없다. 냉소는 노회한 감정이다. 동요하지 않고 소진되려 하지 않으면서도 결코 우위를 놓치지 않으려는 감정이다. 사태에 뛰어들지 않으면서 사태를 점유하려는 교활한 감정이다.

 

2 신념이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그것이 사람을 열렬히 살게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광신도가 부럽다. 니체는 어쩌면 틀렸다. 세상에서 가장 건강한 자들이야말로 그리스도 교도들이 아닐까. 그들은 결코 허물어지지 않을 것 같다. 대단히 견고해 보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