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란 무엇인가 외 책세상문고 고전의세계 13
에두아르트 베른슈타인 지음, 송병헌 옮김 / 책세상 / 200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에서 베른슈타인은 사회주의가 본질적으로는 관념론적 이상주의의 요소를 포함하고 있으며, 특히 운동으로서의 사회주의는 과학적 인식론의 영역에서도 벗어나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사회주의에 ‘과학적’이라는 수사를 붙이는 것이 가능한 까닭은 무엇일까. 베른슈타인은 “학설 체계가 궁극적으로 종결되는 것을 결코 인정하지 않으며, 반대로 개방적으로 새로운 사실을 통해 끊임없이 확장되고 수정”되는 과학의 본성을 언급하면서 '과학적 사회주의'란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또 과학적 사회주의라는 표현이 자칫 사회주의가 이론으로서 순수 과학일 수밖에 없다는 견해로 오도될 수 있음을 경계하면서 ‘과학적 사회주의’보다 적합한 명칭은 ‘비판적 사회주의’라고 밝히고 있다.  

교조적 사회주의를 경계했던 베른슈타인에게 '비판적 사회주의'란 어떤 것이었을까. 그에게 사회주의는 “사적 소유를 공동 소유로 대체함으로써 경제생활을 전체의 계획적 규제 아래 두고자 하는 국민 경제 체제”도 아니고, “넓은 범위에서 전체의 힘에 의해 집단적 소유의 기초 위에서 영위되는 사회 상태”도 아니었다. 이 책에서 그는 “특정한 역사적 관계 아래서 스스로 성취되어가는 역사적 발전 과정”으로서의 사회주의를 말하고 있다. 베른슈타인의 사회주의는 ‘계획’이나 ‘도식’이 아니라,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을 물질적 기반으로 한 점진적이고 지속적인 ‘운동’인 것. 수정주의자인 그는 체제의 붕괴를 인정하지 않는 대신 체제의 개선 가능성과 점진적인 변혁을 강조한다.   

사회 이론이 반드시 과학적 정합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관념이라든지 인류 역사의 진보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드러나는 대목에서 이 책의 연륜(?)이 느껴진다. 특히 진보와 관련해서 베른슈타인은 사회주의가 자유주의의 이념적 계승자라고 확신하고 있는데, 이런 희망적인 믿음 자체가 사회의 위험계급을 진정시키기 위한 일종의 진통제로 유통되었으며 사실상 자유주의는 보수주의와 사회주의(급진주의)의 갈등을 적절하게 조율하고 봉합함으로써 체제의 안정을 이루어내는 이데올로기로 기능했다는 월러스틴의 분석을 떠올려보면 뭔가 씁쓸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설령 베른슈타인의 수정주의적 관점이 공허한 희망에 지나지 않는 것일지라도 여전히 베른슈타인의 글을 읽는 것은 유의미한 일일 것 같다. 가라타니 고진이 칸트를 읽는 것처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