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은 화가에 의해 무궁하게 변주된다. 밤하늘 그림은 화가의 우주관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심리적 자화상 같기도 하다. 오경환이 바라본 밤하늘은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기하학적으로 정렬되어 있는 우주다. 그가 그린 천체는 형이상학적인 법칙에 의해 명멸한다. 엄정하고 명징한 우주의 현현이 청신한 새벽 공기처럼 정신을 맑게 한다. 정좌하고 명상에 잠겨 사색하길 종용하는 우주다. 

반면에 강요배의 우주는 어머니 가슴팍처럼 푸근하다. 강요배의 우주 앞에서는 누구나 한 마리 온순한 짐승이 될 것이다. 볼이라도 부비고 싶은 따듯한 하늘이다. 모든 것을 털어놓고 싶은, 모든 것을 다 받아줄 것 같은 인정 많은 우주다. 관념에 사로잡힌 백면서생의 창백하고 가는 손이 아닌, 흙 만져서 투박하고 거친 어머니 손과 같은 우주다.  

호안 미로의 밤하늘은 또 어떤가. 그의 밤하늘은 지금 축제 중이다. 노르망디의 밤하늘을 그렸다는 그의 성좌(星座) 연작은 온갖 선율들로 가득 차 있다. 그는 캔버스까지 음역을 확장시켰다. 선율을 타고 기이한 생물체들이 밤하늘에 생동한다. 그의 우주는 떠들썩한 분열증자의 우주다. 이 그림을 그리면서 화가는 얼마나 즐겁고 신이 났을까.  

 

그림 제목은 위에서부터 남천南天(오경환), 미리내(강요배), The Nightingale's Song at Midnight and the Morning Rain(호안 미로 Joan Miro). 호안 미로의 생애와 그림에 관심 있다면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를 추천한다. 성좌 연작 뿐만 아니라 시기별로 달라지는(심지어는 여덟살 때 그린 그림도 들어있다) 작가의 화풍까지 훑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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