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청춘의 영원한 / 최승자

이것이 아닌 다른 것을 갖고 싶다.
여기가 아닌 다른 곳으로 가고 싶다.
괴로움
외로움
그리움
내 청춘의 영원한 트라이앵글.

결정적인 순간 인생을 방관함으로써 나는 나 자신에게 배신자가 된다. 뒤늦게 모반이니 전복이니 운운해보지만 그런 계획이 결코 이루어지지 않으리라는 사실은 누구보다도 나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나는 모반을 막기 위해 모반을 궁리하고 전복되지 않기 위해 전복을 꿈꾸는지도 모르겠다. 복종하고 순응해야 할 대상이 없으면 나는 무너질 것이다. 그런 것들로부터 끊임없이 도망을 꿈꾸는 일이 바로 내 삶의 운동 방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 그러니 "이것이 아닌 다른 것을 갖고 싶"어도 "여기가 아닌 다른 곳으로 가고 싶"어도 나는 영원히 그럴 수 없으리라. 끊임없이 갈망하기 위해서는 갈망을 낳는 이 구조가 결코 전복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나에게는 이 알라딘 서재라는 것도 말하자면 일종의 갈망의 제스처(약간의 허영기가 가미된)를 보여주는 공간이 아닐까. 가장 그리운 것들은 가장 먼저 등 돌린다고 어느 시인은 말했지만, 사실 그리운 것들을 가장 먼저 배신하는 것이 나인지 모른다. 그런 혐의로부터 죽을 때까지 떳떳하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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