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라니에 따르면 인간의 생산 활동의 동기는 종교적 신념, 정치적 충성, 법적 책임감, 공동체적 계율, 이념과 사상, 명예와 자부심, 용기, 권력욕 등 실로 다양한 원천에서 비롯한다. 경제학은 사회적 동물인 인간의 때로는 비합리적이기까지 한 미묘한 심리를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인간이 이익추구라는 경제적 동기에 의해 활동한다고 전제한다. 그리고 그러한 활동을 하나의 물리적 현상으로 패턴화하고 과학화한다.

굉장히 실사구시적인 학문인 것 같지만 이상하게도 경제학에서는 인문학에서 맡아볼 수 있는 향취가 전혀 나지 않는다. 까닭은 이 학문이 처음부터 뭔가 완전히 탈색되어 버린, 박제되어버린, 흡사 레고인간 같은 주체를 상정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그런 점이야말로 경제학의 태생적 오류이자 난센스가 아닐까. 존재론적 비합리성 속에서 부단히 합리성을 추구하며 그 학문적 날을 벼리어 나가는 경제학의 세계에서는 끝없이 바위를 밀어 올리는 시지푸스의 비장함마저 느껴진다.

 

합리주의와 과학정신이라는 근대적 감수성이 낳은 가장 근대스러운, 근대다운, 근대적인 학문이 아마도 '경제학' 같다. 어쩌면 우리는 먼 훗날에, 마치 지금의 우리가 고대의 점성술을 바라보는 태도로 이 학문을 인류학적으로 흥미롭게 탐구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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