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정말로 '상처적 체질'이었다면 시집의 제목을 이렇게 달 수는 없었을 것이다. 시인은 상처를 남발함으로써 상처를 충분히 경험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누설한다. 상처, 눈물, 슬픔... 이런 언어들이 시에 자꾸 들어있으면 의심스럽다. 그런 시들은 대개 극점에서 씌어지지 않은 것들이다. 적어도 시는, 스노비즘이어서는 안 된다. 그건 이미 시가 아니다. 나는 잔인하게도, 이 시집의 시인이 좀 더 상처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