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가 탄탄한 글은 시 만큼이나 아름답게 느껴진다. 라고 쓰고 후회한다. 때를 가리지 않는 이 구제할 수 없는 감상벽을 어찌할 건가. 아마도 내가 비판적 읽기에 취약한 까닭은 논리적인 독해를 해야 할 텍스트조차도 순 유미주의적인 관점에서 감상적으로 소화해버리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임지현의 <우리 안의 파시즘>도 얼마나 '아름다운 글'이라 여기며 읽었는지. 제발 이제는 사회과학서적들을 그런 방식으로 읽는 태도를 버리고 싶다.
쓸데없는 감상주의에 빠져드는 것을 배격하기 위해서라도 일부러 시와 그림 따위를 멀리 하고 논리적인 글들을 많이 읽어 나가야지 않을까. (그러나 과연 시를 끊는 게 가능할 지) 사유가 빈곤한 감상주의는 삶을 쉽게 신파로 몰아가고 그 끝에는 언제나 칠흑 같은 정념만이 입을 벌리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스피노자도 말했듯이 인간은 냉철한 인식을 통해 비로소 정념의 상태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감상이 배제된 인식, 요즘 내가 간절히 원하는 게 있다면 오로지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