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진화 - 2010 제17회 김준성문학상 수상작 문학과지성 시인선 362
이근화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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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인생이 마음에 들어
한 계절에 한 번씩 두통이 오고 두 계절에 한 번씩 이를 뽑는 것
텅 빈 미소와 다정한 주름이 상관하는 내 인생!
나는 내 인생이 마음에 들어
나를 사랑한 개가 있고 나를 몰라보는 개가 있어
하얗게 비듬을 떨어뜨리며 먼저 죽어가는 개를 위해
뜨거운 수프를 끓이기, 안녕 겨울
푸른 별들이 꼬리를 흔들며 내게로 달려오고
그 별이 머리 위에 빛날 때 가방을 잃어버렸지
가방아 내 가방아 낡은 침대 옆에 책상 밑에
쭈글쭈글한 신생아처럼 다시 태어날 가방들
어깨가 기울어지도록 나는 내 인생이 마음에 들어
아직 건너보지 못한 교각들 아직 던져보지 못한 돌멩이들
아직도 취해 보지 못한 무수히 많은 자세로 새롭게 웃고 싶어 

-나는 내 인생이 마음에 들어 中에서 

 
   

시인은 자기 인생이 마음에 든다고 말하지만, 이 말이 마냥 명랑하게 들리지만은 않는다. "텅 빈 미소"와 "다정한 주름"과 "기울어진 어깨"로 선언하는 긍정이기에. 결코 쉽지 않은 긍정일 테다. 비감을 품었지만 그렇다고 자조적이지도 않은, 수굿한 자세로 담담하게 선언하는 이런 긍정이 어떻게 쉬울 수 있을까. 쉽지 않지만 나도 따라서 말해볼까. 나도 내 인생이 마음에 든다고. 늘어나는 체중과 변변찮은 통장 잔고와 못 갚은 이자처럼 불어나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나도 내 인생이 마음에 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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