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해서 집으로 돌아오면 밤 11시 정도가 된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모퉁이를 돌았을 때 복도 끝에 시커먼 그림자가 우두커니 서 있어서 화들짝 놀란 적이 몇 번 있었다. 동생이었다. 까무러치는 내 꼴이 우스운지 동생은 담배를 비벼 끄며 킬킬대고, 나는 멋쩍어서 짐짓 심장 떨어지겠다고 타박을 놓곤 했다. 그렇게 둘이 몇 마디 주고받으면서 투닥거리다가 나란히 집으로 들어온 게 두어번 쯤 될까.
그런데 참 모를 일이다. 언젠가부터 엘리베이터를 타고 귀가할 때마다, 동생이 어두운 복도 끝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으면, 그래서 또 나를 깜짝 놀라게 해주었으면 하는 실없는 기대를 품게 되는 것이다. 기대는, 원래 기대라는 게 그렇듯이, 들어맞을 때도 있고 어긋날 때도 있다. 물론 어긋났다고 해서 좌절할 건 없다. 복도가 텅 비어 있다면, 동생은 틀림없이 집안에서 퀭한 눈으로 컴퓨터를 하고 있는 것일 테니까.
그럼에도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모퉁이를 돌았을 때 아무도 없으면 왠지 허전하다. 기대가 실망으로 바뀔 때 그것은 아무리 미소한 종류라도 어찌할 수 없는 허전함을 동반하는 것이다. 사소한 반복에도 규칙성을 부여하고 괜한 기대를 품는 버릇은 얼마나 스스로를 피곤하게 만드는 습관인지. 동생은, 아무 것도 모르는 동생은, 그저 담배를 태우거나 컴퓨터를 했을 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