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노자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해주는 것 같다. 슬픔과 원망, 공포와 두려움 따위에 질려 딱딱하게 굳어지지 말 것. 왜냐하면 딱딱하게 굳어져버리는 것이야말로 전 우주적 댄스에 동참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일이니까. 아니, 그것은 실존하면서도 실존하지 못하는 자기 모순에 다름 아니니까. 딱딱해지지 말고 대신 고통을 멀리서 조감할 것. 그리하여 그 고통이 나와 함께 아름다운 무늬를 이루고 있음을 알 것. 안다는 것은 우리가 이미 그 고통에 아름답게 화답하고 있다는 뜻. 아름답게 조응하고 있다는 뜻. 그렇게 무엇에든 화답할 것. 조응할 것.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대로 표현할 것. 그리하여 우리 각자가 분유하고 있는 실체의 부분들을 마음껏 펼칠 것. 웃고 뛰고 구르고 만세 부르고 춤 출 것. 전 우주에 흘러 넘치는 리듬에 몸을 맡길 것. 만물과 함께 약동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