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긴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 돌아가서 다시 이런 글을 적고 싶다. 저런 글을 쓸 때의 내가 가장 나다운 상태였던 것 같다. 예전에는 세상이 나에게 농을 걸어오면 나는 그것을 제법 즐겁게 받아쳤던 것 같은데, 언제부터 이렇게 웃음을 몽땅 잃어버리고 말았을까. 웃음의 파산. 웃음의 금치산자. 요새는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보고 놀란다. 너무 정색을 하고 있어서.

 

웃음과 장난기를 잃어버렸다는 사실이 슬프다. 그것이 늙음의 표식인 것을 알기에 더욱. 강자에게 힘이 있다면 약자에겐 깊이가 있다는 말이 (물론 이 말은 약자를 변호하기 위한 말이었지만) 나에게는 강자에겐 웃음이 있는데 약자에겐 심각함이 있다는 말처럼 들린다. 소설가 아무개는 삶 앞에서 장난치지 말라고 했지만 장난칠 수 없는 삶이야말로 죽은 삶이 아닐까. 생명의 본질은 유희라는 점에서.

 

내 인생이 소설이라면,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이나 이문구의 <관촌수필>같은 종류였으면 좋겠다. 암담하고 서글픈데 한없이 웃긴 인생. 모두가 슬피 우는 상황 속에서 눈치없고 실없고 방정맞은 사람이고 싶다. 어두운 상황에서 피식 웃어버리는 것이야말로 강자적인 힘이 아닐까. 심각하고 무거운 사색보다는 해학과 유머를 간직한 글이 더 건강하다. 다시 그런 글을 적고 싶다. 아니, 적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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