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과 현실이라는 대립항을 설정해놓고 그것을 과도하게 의식하는 것, 어쩌면 이것은 나르시시즘적 낭만주의자들의 특성이 아닐까. 그들에게 현실은 언제나 둘 중 하나다. 너무나 숭고하거나 너무나 비참하거나. 그것은 신파다. 삶을 호도하는 신파다. 살아가는 일은 그다지 숭고할 것도 비참할 것도 없다. 우리는 그저 철저하게 우리의 욕망대로 살아갈 뿐이다.
대의라는 건 허위의 관념이다. 대의에 대한 포기도, 대의를 위한 포기도 모두 허위의 관념이다. 우리는 결코 그 어떤 것도 '포기'하지 않는다. 만약 누군가가 대의를 위해 자신의 어떤 부분을 포기한다면, 그것은 포기한다고 생각함으로써 얻게 되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무언가를 그는 욕망하고 있는 것이다.
대의라느니 희생이라느니 하는 잡다한 수식을 걷어내고 냉철하게 스스로를 바라보면, 우리는 우리가 간절히 욕망하는 삶의 방향에서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제대로 흘러가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이렇게 사는 게 좋으니까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이다. 그 밖에 다른 어떤 이유도 없다.